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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돌봐줬으면 해요

당신이 해주는 것들이 좋아요

늦었군!

루시랑 얘기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아우슈비츠에 관한
프로를 했어

잔인한 사진 늘어놓고

학자들이 줄줄이 나와서

대량 학살을 신비화시키더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문은

틀린 질문이기 때문에
답을 안 한다는 거야

그럴 땐, 왜 그럼 자주
일어나지 않냐고 물어봐야 돼

물론, 다른 형태로
일어나고 있지

이런 날씨엔
머리가 아파요

수십 년 TV 앞에 앉아서

채널을 돌려봤지만

보이는 거라곤

나치

향수 외판원

레슬링 선수

미인대회,
토크 쇼뿐이야

레슬링 시청자의
지적 수준을 상상해 봐

제일 심한 건 목회자들이야

사기꾼 주제에

마음 약한 사람들한테
예수 대변자라고 떠들면서

돈을 보내라고 하지
돈, 돈, 돈!

예수가 내려와서
그 꼴을 봤다면

토악질 해댈 걸

제발 딴 얘기 좀
할 순 없어요?

저 지금 현대 사회 비평
들을 기분 아녜요

요즘 날카로워졌어

못 견디겠어요

몇 년 전 시작한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거야

이젠 당신 학생이 아녜요

세상에 나가는
준비를 시켜주고 싶어

- 우리 변화를 가져 봐요
- 어떻게?

- 난 숨이 막힐 것 같아요
- 또 그 얘기야?

그래요, 또 해야겠어요!
저 나갈게요

- 왜?
- 그래야 하니까요

돈은 있어?

일단은 부모님 집에
들어갈래요

언젠간 떠날 걸
예상했지만

꼭 지금이어야 돼?

잠시일진 몰라도
일단은요

리이, 넌 내 전부야

맙소사!
키스를 했군

맞아
누구랑 키스했어?

몰아세우지 말아요!

날 속일 생각 마!

- 얼굴이 붉어!
- 그만해요!

세상에,
대체 무슨 일이야?

미안해요

왜 말 안 했어?
꼭 몰래 그래야 했어?

지금 말할게요!

딴 남자 생겼나?

언젠간 이럴 걸 예상했잖아요?

- 이렇게는 못 살아요!
- 누구야?

- 그냥 만난 사람이에요
- 어디서 만났어?

무슨 상관이에요?
나갈래요

넌 세상과의 연결 통로였어

너무 심한 책임이에요

전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요!

맙소사!

저도 제가 뭘
원하는지 몰라요

저한테 얻는 게 뭐죠?

성적인 것도 이젠 아니고

지적으로도 당신이
어느 모로 보나 뛰어나고...

동정하지 마!

그 때 네가 결혼하잘 때

해 버리는 거였어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젊은 놈 생기면
날 버리고 떠날 줄 알았어

리이는 정말 뜨거웠다

화산 같았지

완벽한 경험이었어

상상했던 그대로야

똑같았어

꿈에서나 있을 법한
정사였어

한나 곁에 오니 편안해 지는군

한나에겐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어

편안한 소속감을 주거든

이런 좋은 아내를
배신하다니...

공허한 내 삶을 채워 줬는데

동생과 바람 피우는 걸로
갚다니

야비한 놈!
정말 잔인한 짓을 했어

전화해서
미친 짓이었다고 하자

이래선 안돼,
나 이런 놈 아니잖아?

나한텐 한나가 소중해,
사랑하는 아내를 배신하다니!

어디 가요?

멜한테 전화하는 걸
깜박했어

- 늦었어요
- 알아, 그래도 해야 돼

남편이 받으면?

그냥 끊어야지

이혼 전까진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하자

부도덕해,
시간이 흘러서

연락 안 하면
리이도 알겠지

깊어지기 전에 끊어야 돼

한나보단 리이에게
상처 주는 게 나아

1시 30분이군

그 영감 때문에
얘기할 수 있을까?

돌아 버리겠네

내일 아침에 걸자

6시에 거는 거야

영감 조깅 나갈 시간에

그 땐 혼자일 테니까
그 때 걸자

받았어!
내가 받았어!

멜!

언니가 받으면
끊으려고 했어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하루 사이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잘 자요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절대지식은'

'인생이 멋 없다는 것이다.'
- 톨스토이

위대한 지성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수백만 권 책을 썼지만

아무도 인생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진 못한다

소크라테스

그리스 꼬맹이들만
상대한

사람한테
뭐 배울 게 있겠어?

니체의 영원한
회귀 이론은 어떻고?

영원히 똑같은 삶을 반복해서

산다고 했지?

그럼, 그 아이스 쇼를
또 봐야 하는 거야?

보기 싫어

염세주의자,
프로이드는 어떻고?

몇 년을 심리상담해도
변한 게 없어

상담가도 좌절했는지

샐러드 바를 차려 버렸지

조깅하는 사람들 좀 봐

그런다고
안 죽는 줄 아나?

그것도 모르고
저렇게

체조니 자전거 타기니...
불쌍해

저것 좀 봐
안됐어

저 비게를 안고
다녀야 하다니

수레가 필요하겠어

시인들 말이 맞아
사랑만이 해답이야

한나와의 사랑은
실패었었지

그 동생 하고까지
데이트했었는데

이혼한 뒤에
한나가 자기 동생

홀리랑 연결시켜 주려고 했잖아?

- 얼굴 좀 펴요
- 아무 것도 안 들려요

- 고막이 찢어지겠어요
- 천재적인 가수예요

귀가 녹는 것 같아요
아무 것도 못 듣겠어요

이 에너지가 안 느껴져요?

- 활기로 넘쳐 나잖아요!
- 난 무서워요

노래 끝나면
인질극이 날 거예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 한 번 해 보세요
- 저녁 내내 빨아대니

콧구멍 하나 더 뚫리겠어요

그만해요

- 이제 갈까요?
- 아뇨!

'우주 생활' 노래 좋죠?
안 그래요?

우주인들이 부르는 건 싫어요

대화가 안 되는군요
이렇게 막힌 분인 줄 몰랐어요

언니의 음악 취향은
고상하던데 그쪽은 왜 그래요?

난 나예요

- 좋은 데 안내할까요?
- 너무 늦었어요

화나셨잖아요

화난 거 아니에요
락 음악도 싫다, 마약도 싫다

목사랑 데이트하는
기분이라고요

아주 아주 재밌었어요

노래하는데
왜 떠들고 그래요?

- 지겨워서요
- 수준이 낮으니 별수 있나?

평생 그 깡패 같은 놈들
음악이나 듣고 살아요

- 전 새로운 게 좋아요
- 그래서 마약을 달고 살아요?

- 지갑이 마약 봉지예요?
- 아무도 눈치 못 채잖아요

한나가 정말 고맙군,
사람 보는 눈이 있어

그래요, 미안해요
내 잘못이에요!

요즘 좀 우울해서 그래요

재밌었어요
나치 전범재판 만큼요

난 혼자 갈게요!

정말 대단했었지

코카인을 해대고

아예 목에다 도구를
달고 다닐걸...

정말이지 여러 가지로
둔한 여자였어

그래도 아쉬워

조금은 좋아했었는데

오후.

설명서 읽어 봐,
이걸 누르면

물 속에서
사진 찍을 수 있대

시골 가면
호수에서 해보자

- 해봐도 돼요?
- 그래, 해봐

기분 안 좋아요?

몰라, 왠지 불안해

그래요, 요 몇 주
당신 이상했어요

오늘 식사 중에도
아무 말 없고

- 그랬어?
- 네

아기 얘기를 꺼내기 무섭게

말을 막아 버리고요

- 좋은 생각이 아냐
- 왜요?

지금은 애 가질 때가
아니잖아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 모르겠어
- 옆에서 보기 불안해요

아이는 넷이나 있어

당신 아일 원해요

기반 잡히면 그 때 낳아

무슨 말이에요?

결혼한 지 4년인데
더 기다려요?

당신은 인생을
너무 계산해서 살려는 것 같아

집, 아가, 학교,
코네티컷의 주택

너무 계획적이야

그게 좋아서 결혼했잖아요?

당신 인생은
혼란 그 자체라면서...

하지만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하잖아?

내가 무슨 얘길 하는 거야!

- 나한테 화났어요?
- 아니!

그럼 당신...
결혼에 회의를 느껴요?

그런 말 안 했어

다른 여자 생겼어요?

당신 게슈타포야?
아냐!

그럼 숨기고 있는 게
뭐예요?

지금 취조하는...

회의를 느낀다면
어쩔 거야?

- 딴 여자를 만난다면?
- 그래요?

아냐

지금 당신이 그걸 바라는 듯이
다그치고 있잖아?

그게 말이 돼요?
그렇다면 난 파멸이에요

더 이상 고문하지 말고

이혼하고 싶다고 말하자

처제를 사랑한다고

고의는 아니었잖아?

솔직한 게 최선이야

도와줄게요

문제가 있으면 털어놔 봐요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지?

내가 정신이 나갔지,
당신은 나한테 과분해

오디션.

잘 보이고 싶어
그렇지만 너무 화려한 건 싫고

- 이 옷 어때?
- 좋아, 색깔이 잘 어울려

오페라에 입고 갈 옷
골라줄 줄은 몰랐지?

나도 그 사람 만나보고 싶다

유부남인데, 부인은
정신 분열증으로 병원에 다닌데

멀쩡하다
발작 나곤 하나 봐

딸이 하나 있는데
내년에 대학가면

완전히 이혼할 거래

그래도 부인 덕에
건축 공부한 건데...

그걸 하루에 다 알았어?

말 상대가 그리웠나 봐

오디션엔 뭘 입고 가지?

뮤지컬 오디션 받기로 했어

될 가망은 없지만

- 노래?
- 놀랬지?

왜, 안돼?
밑져야 본전인데

아니, 난...

네가 노래 잘하는 줄은
몰랐어

뮤지컬은 노래
잘하는 사람만 해?

아니, 어느 정도는...

글쎄

나도 조금은 해

그래, 알아

꼭 그렇게 말해야 돼?

- 안 그래도 자신 없는데
- 오해하지 마

노래 하나만 잘 부르면 돼

- 왜? 안 될 것 같아?
- 그게 아냐

난 정말이지
네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 그래

그렇게 떨어질 때마다

자신감을 잃어가잖아

- 붙을 수도 있어
- 그래

정말...

- 사람 기죽이는데 뭐 있어
- 왜?

난 말도 못해?

나도 노래 부를 줄 알아!

알았어, 난...

기분 좋게 쇼핑하다가

분위기만 망쳤다

이상하게
언니랑만 이러더라

다 잘 될 거야

맞아

난 행복해

그래, 이게 다
내가 못나서 그래

- 수고하셨어요
- 감사합니다

- 잘하셨어요
- 멋져요

에이프릴 녹스 양!

- 너 정말 잘하더라
- 놀랐을 거다

이번 주 요리 주문
들어왔지?

80세 할아버지
생일 잔치야

장례식이 될지도 모르지만

데이비드가 전화했어

- 뭐라고?
- 데이비드가 전화해서

오페라 같이 가자고 했어

좀 난처하더라

농담이지?

정말 전화 왔었어

놀랍다

'리골레토' 보여주고 싶대

갈 거야?

당황스러워서 거절했더니

저번엔 널 보여줬으니
이번엔 날 보여주겠다잖아

- 나랑 사귀는데?
- 그 얘기도 했는데

그래도 날 꼭 데려가고 싶대

할 말이 없다

하루 저녁인데 뭐,
괜찮지?

큰 결심.

왜 카톨릭으로
개종하시려는 거죠?

뭐든 믿지 않고는
허무해서 못 살겠어요

그런데 왜 하필
카톨릭으로

결정하셨죠?

아름답고 힘있는 종교인데다

조직도 견고하니까요

그리고 또 낙태 반대나
반핵운동도 좋고요

현재 신을 믿고 계시지는 않죠?

예, 하지만 믿고 싶어요

뭐든 할게요, 부활절
달걀 만드는 일이라도요

전 지금 증거가 필요해요

신을 믿지 않으면
살아갈 수 가 없어요

큰 결심을 하셨군요

도와주세요

왜 저러세요?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어떻게 좋아해?

평생 안 믿다가
이제 믿어보겠다잖아요?

- 그런데 왜 하필 카톨릭이야?
- 출발부터 잘못된 것 같아서요

제 삶엔 변화가 필요해요

- 예수를 믿겠다고?
- 해볼 거예요

- 넌 유대교도로 자랐어
- 그렇게 태어났지만

- 종교는 제가 결정할 나이예요
- 그런데 왜 예수야?

불교도 있잖아?

그건 너무 생소해요

죽는 게 무섭지 않으세요?

왜 무서워해야 돼?

- 사라지잖아요!
- 그래서?

- 끔찍하지 않아요?
- 죽으면 죽는 거지, 뭐!

정말 안 무서우세요?

- 의식도 없는데 뭐
- 다시 존재할 수 없는데도요?

- 어떻게 알아?
- 분명해요

어떻게 될 지 누가 알아?

의식이 있든 말든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돼

어머니, 나오세요

신은 분명히 있어
그 신을 안 믿는다고?

그럼 세상의 악은 뭐예요?

나치는 왜 존재했죠?

당신이 대답해요

내가 어떻게 알아?
깡통따개 원리도 모르는데

- 홀리는?
- TV 오디션 받고 온대

- 잘 지낸대?
- 요즘 좀 우울한가 봐

점심에 불러내길 잘했어

네가 부른 거라고 해

내가 불렀다면
오해할지 몰라

언니 앞에선 기죽어서 그래

- 넌 어때?
- 좋아

프레드릭 생각 안 나?

형부랑 너
소개해줄 사람 알아볼게

언니는 어때?
프레드 형부는?

잘 지낼걸?

요즘 좀 저기압이야
이유는 모르겠어

왠지 멀어진 것 같아

물어봐도 별일
아니라고만 하고

자꾸 나쁜 상상을 하게 돼

- 딴 여자가 생겼나?
- 나라도 그런 생각 들 거야

오디션 떨어지고
오는 길이야, 새로운 소식 없어?

나 생긴 게 특이하대,
별 말을 다 들어

- 누구랑 같이 본 줄 알아?
- 에이프릴?

맞아, 참느라 혼났어
상냥하게 인사해 줬지

그 언니 알아 봤어
그렇게 뒤통수 칠 줄 알았다고

건축가랑은 잘 돼가고 있나 봐
난 아직도 안 믿겨

덕분에 우리
연회 요리업도 끝났어

그래서 말인데 내키지 않겠지만
돈 좀 더 빌려 줘

- 그래
- 이젠 극본을 써 볼래

연기는 신물 나

오디션 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 떨어지는 게 두려워

정신 차려야지
뭔가 확실한 일이 있어야 돼

미래가 보장되는 일 말야
이젠 나이도 있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용도 생각해 뒀어

몇 달에서 일년쯤이면
될 거야

연기 배울 때
소재를 생각해 뒀거든

글쎄, 몇 달에서
1년쯤 걸린다면

- 좀더 생산적인 일도 있잖아?
- 어떤 거?

글쎄

엄마가 방송 박물관에
자리 있단 얘기 안 하시던?

- 사무직이잖아
- 아냐, 홍보부라고 들었어

- 기회도 많을 거야
- 또 기운 빠지게 하네

도우려는 거야

갑자기 연기 그만 두고

글 쓴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

- 이 나이에 말이지?
- 그만해, 점심 먹자

그래, 그만하자

샐러드 먹을래,
날 형편없이 보는군

- 그렇지 않아
- 그만해, 언니

- 그럼 아니야?
- 뭐가?

항상 내 생각을 무시하고
내 일은 반대만 하잖아!

아니, 난 널
도우려고 애썼어

진지하게 충고도 해줬고
금전적으로도 도와줬고

신경써서 괜찮은
남자들 소개도 시켜줬고

- 형편없는 남자들!
- 네가 까다로워

남자들 수준만 봐도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

- 그건 오해야!
- 나 평범한 거 알아

그만해,
한나 언니도 지금 힘들어

- 넌 왜 화를 내?
- 들어온 뒤로 계속 쪼아 댔잖아!

그만해, 숨막혀

갑자기 왜
예민해져서 그래?

글 쓰고 싶으면 써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

6개월이든 1년이든 써 봐!

좋은 대본이
나올 수도 있겠지

왜 그래?
창백하다, 괜찮아?

갑자기 어지러워서 그래

뭘 좀 먹어야겠어

뉴욕의 여름.

결정을 못 내리겠어요

삼촌을 못 죽이는
햄릿처럼!

리이를 원하지만
한나가 불쌍해요

다른 일은
우유부단하지 않은데

리이도 방황하고 있어요

학교엔 다니지만
목표가 없죠

전화는 자주 안 하고
그쪽이 하면 나도 하는 정도죠

만나는 건 피하고
가끔씩 얼굴 봐요

가끔은 이혼
안 한다고 싸우고

가끔은 관계도 갖는데
기분은 별로예요

다 제 잘못이죠

공부도 할 만큼 하고
지혜도 있다고 자부하는데

제 마음 하나 못 읽는군요

힌두교도가 되길 원하세요?

입문하려는 건 아니고

환생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있어서요

종교가 뭔가요?

원래 유대교인데
작년 겨울에 카톨릭으로

개종하려다 말았죠
공부를 해 보니까, 일단 죽고

죄값을 나중에
치르라는 거예요

- 전 그렇게 못하겠거든요
- 죽음이 두려운가요?

당연하죠,
그런데 환생하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겁니까?

아니면 소나 돼지로
태어납니까?

우리 경전을 읽어보시고
생각해 보세요

-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

미쳤어?
힌두교도가 되겠다고?

머리 깎고 긴 옷 입고
공항 앞에서 춤 출 거야?

사람 체면이 있지

정말 우울하다

가을 추위.

저녁으론
공기가 쌀쌀해졌다

여름은 짧았다

곧 가을이 오겠지

문학 교수가 날 좋아한다

어제 데이트도 재밌었는데

형부를 배신하는
기분이었어, 아냐...

교수를 못 만날 이유는 없잖아?

차근차근 해 보자

무슨 방법이 생기겠지

언니가 빌려준 돈이
아깝지 않게 됐어

내 첫 작품을 완성시켰거든

리이한텐 벌써 보여줬어

언니 집 근처니까
놓고 갈게

시간 나면 읽어 봐

추수감사절 때 얘기하자

좋아, 아 참!
잠깐만!

리이가 콜롬비아대에서
누굴 만났대

좋은 사람인가 봐

그래, 추수감사절에 봐

안녕!

이건, 네 엄마가

버팔로 공연가면서
부른 노래다

그날 밤 너무 예뻤지!

그만해요

정말이야
기억 안 나?

어찌나 예쁘던지

길을 걷는데
남자들이

구경한다고
차를 세우더라고

맞지, 여보?

약간 과장됐지만
맞아요

- 오늘은 찬바람이 도네
- 아뇨!

무슨 일 있어?

나가요
누가 듣겠어요

리이가 열애 중인가 봐

좋은 사람이라던데

잘 됐어,
누굴 사랑하나 봐

왜 그래?

네 작품 때문에 그래

내 대본?

- 엘리엇이랑 내 얘기야
- 약간은...

아니, 아주 똑같아
우릴 그렇게 봤니?

내가 다른 사람 감정은
인정 안 해?

그래서 기죽여?

- 지어낸 얘기야
- 아니, 똑같아!

상황이나 대화
모두 다

우리 둘 사이의
은밀한 부분까지

그런 걸 어떻게 알아냈지?

입양문제까지 말야

리이한테 들었어

언니가 리이한테 얘기했나 보지
난 거기다 살을 붙인 것뿐이야

난 리이한테
얘기한 적 없어

신경을 건드렸군

난 바라는 것도 없는 여자로
썼더라, 내가 오만하게 보였니?

그런 뜻이 아니라

사람들은 언니한테 의지하고
언니는 베풀고, 비판이 아니라

- 고마워서 그랬어
- 그리고 원망도 하겠지

이 얘기 그만하자

난 잘못한 거 없어,
형부랑 문제 있다고 했었잖아?

그건 내 사적인 일이야

도대체 그건
어떻게 알아냈니?

리이는 또 그 사적인 걸
어떻게 알았고?

개인적인 일들을
왜 우리랑 상의 안 해?

- 난 부담주기 싫어
- 제발 부담 좀 줘봐

엘리엇이 말 안 했으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안 했어

언짢았다면 미안해

이제 끝났어요
분명해요

- 이런 말할 자격...
- 제 잘못도 커요

내 감정을 이해한다면...

솔직히 말하죠
딴 남자가 생겼어요

- 무슨 소리야?
- 평생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얼마나 됐다고 그래?

만난지 일년이나 됐는데
아직 언니랑 산다는 건

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언니를 사랑한다는 증거예요

- 우리 계획은?
- 형부를 믿었죠

언니랑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믿었어요

안 그랬으면
여기까지 안 왔어요

둘 다 우유부단했어요,
난 딴 남자가 생겼어요

저녁 됐어요?

- 15분 후에요
- 네

- 깊은 관계야?
- 소중한 사람이에요

이젠 끝났어요

대본 참 좋더라
마음에 들어

엄마니까 그렇죠
딴 사람들은 안 그럴 걸요?

특히 엄마 성격이
마음에 들어

술꾼에
바람둥이 욕쟁이

- 자랑스럽다
- 고마워요

추수감사절 축배를 하자!

맥주 마셔도 될까?

크게 말해 봐!

어때, 플레쳐?

추수감사절을 위해
건배하는 거야

한 번에 마시기!

동생들한테 우리 얘기
한 적 있어요?

내가? 아니

당신이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얘기를
홀리가 썼더군요

머리 아파
몰아 세우지 마

난 그냥 묻는 거예요
제가 너무 주기만 해요?

실수도 없고?

징그러울 정도로 완벽해요?

그럼 왜 그래요?
우리 문제가 뭐예요?

- 머리 아파 죽겠어
- 얘기하기 싫어요?

왜 이 얘기만 꺼내면
말을 돌려요?

대화도 줄고
잠자리도 줄고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동생들한테 우리 얘기했죠?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어요

상담이나 농담조로
몇 번 했겠지

홀리예요, 리이예요?
전화로 했어요?

제발 그만해!

나도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난 당신이 필요해요

주기만 하고
받지 않으려는 사람은 피곤해!

저도 필요한 거 많아요

난 못 봤어,
동생들도 못 봤대!

칠흙 같은 밤이군요

나 혼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

당신을 사랑해

이렇게 만나서 기뻐요.

날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우린 최악의
데이트 상대였었죠?

기억 나요

기억하네요
지나다 보이길래

- 그 때 악몽을 재현...
- 잘 안됐었죠

총 싸움 직전까지 갔었죠?

- 잘 지내요?
- 네, 예뻐졌군요

정말이에요,
끔찍한 저녁이었죠

내 얼굴에 대고
택시 문을

닫는 바람에
코 날아갈 뻔했던 거 알아요?

옛날 일이에요
사람은 변하니까요

- 변했길 바래요
- 당신도요

성격에 문제가 있었잖아요?

개성이랄까...

요즘은 뭐 하고 지내요?

이것저것 해요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난처한 걸 물었나요?
실직 상태예요?

- 글 좀 썼어요
- 그래요?

- 네
- 어떤 글이오?

- 관심 없으시잖아요?
- 아뇨, 있어요

글 한 번 안 써본
사람 있겠어요?

- 말해 봐요
- 정말요?

제 글 읽어 보실래요?

네, 도움이 될 수 있다면요
될 진 모르겠지만

- 제 취향 싫어하셨잖아요?
- 아니에요

TV용으로 쓴 거라,
방송국에 계시니

도움 받을 수도 있겠군요

그만 둔 지 1년 넘었어요

정말요?

돈 때문에 언제 다시

돌아갈 지는 모르겠지만

1년 전에 그만 뒀어요
얘기하자면 길죠

괜찮으세요?

그럼요

- 그쪽은요?
- 저도요

내용은 뭐예요?

읽고, 평 한번 해 주세요

하지만 읽다가 욕 나와도
첫 작품이니까

그러려니 해 주세요,
그러진 않겠지만...

첫 작품은 언니 부부
얘기였어요

언니가 화를 많이 냈죠

무슨 내용이었기에...?

나쁜 소리도 아니었는데, 괜히...

그래서 버리고
다시 썼어요

읽어보고 싶군요

내일 가서 읽어 드릴까요?

와서 읽어 주신다고요?

40 이후론 글은
제가 읽어요

이렇게 만나서 기뻐요

저는 어떻고요?

그냥 지나갈 걸 그랬나?
사실 다가가서

얘길 할까 그냥 갈까
많이 망설였어요

'산다는 건 도박이나 같아'

'크레이그 : 네 패는 뭔데?'

'에밀리 : 투 페어'

'A 투페어일 수도 있지'

'하지만 넌 쓰리 카드잖아?'

끝이에요

솔직히 얘기해 주세요

느낀 대로요

훌륭해요

정말이지...

말이 안 나와요

사실 이런 걸
들을 기분 아니었는데

글쎄, 뭐랄까?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어요

훌륭해요,
정말 대단해요

농담 아니라
정말 놀랐어요

좋은 작품이에요

- 정말이에요?
- 네, 클라이맥스에

건축가가 여배우랑
걸어오는데

정신분열증 걸린
전 부인이 나타나서

칼로 찌르는 장면을
어떻게 생각했어요?

- 그냥 생각났어요
- 정말 굉장해요

소질 있나요?

한 두 군데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상관없어요

훌륭해요

정말 감동 받았어요

좋은 작품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지루할 줄 알았어요

점심 먹으러 갈래요?

대본 얘기 좀 더 해요

잘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갑자기 직장 그만 둔
이유가 궁금해요

- 관두세요
- 아뇨, 궁금해요

일 욕심도 많으셨고...

대본 정말 좋았어요?

정말 위기를 겪으셨군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전혀 그런 느낌은
못 받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말해 줄게요

한 달 전만 해도 지옥이었어요

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가 싫었죠

그래서 장전된
총을 꺼내서

이마에 댔는데

자살하려는 순간에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신이 있다면 어쩌지?'

'그래, 확실하게 알아보자'

'이렇게 갈 순 없어'

이렇게 쏠까 말까
고민하면서

앉아 있는 중에도

시계는 계속 똑딱거렸죠

그런데 갑자기
총알이 나갔어요

너무 긴장해서
무심결에 방아쇠를 당긴 건데

이마의 땀 때문에

총구가 미끄러졌죠

이웃들이 몰려오고

아수라장이 돼 버렸어요

너무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오고
머리 속이 뒤엉키면서

가슴은 방이질 쳐댔죠

그 때 드는 생각이...
밖으로 나가서

정신차려야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무작정
길을 걸어갔어요

멍한 상태로요

모든 게 믿기질 않았어요

그렇게 웨스트사이드를

몇 시간 걸었을 거예요

발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려서 쉬고 싶었죠

그래서 무작정
극장엘 들어갔어요

생각을 좀 가다듬고

이성을 되찾아 보려고요

발코니로 올라가서

자리에 앉았어요

그 때 제가 좋아하던
어릴 때 자주 본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죠

영화를 지켜보면서

그 영화에 빠져들어 갔어요

그리곤 생각했죠

어떻게 자살할 생각을
했는지 기가 막히더군요

바보 같았죠

'스크린 속의 사람들을 봐'

'재미있게 잘만 살잖아'

'신이 없으면 어때?
생이 한 번뿐이면 어때?'

'사는 것도 해 볼만한
경험이잖아?'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말야'

있지도 않은
해답을 얻으려고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사는 동안
즐겨 보자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면

뭔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평생 불확실성 속에
살게 되겠지만'

'그게 최선일 수도 있어'

그리곤
의자 깊숙이 앉아서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오래 고민했는데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그날 데이트 때 미안했어요,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너무 바보같이
굴었어요

그런 소리 마세요

제 탓이었어요

저녁 같이 할까요?

- 아니면 다른...
- 좋아요

- 오늘 밤에 시간 있어요?
- 네

일년 후.

- 얼음 없니? 저기 있군
- 식탁 위에요

홀리는 왜 안 와?

언니, 홀리 언니
작품 읽어 봤어? 좋아졌지?

대사가 좋더라

네가 오델로 출연하는 거
공고할까?

- TV인데요, 뭐
- 공영 방송이잖아?

게다가 셰익스피어
최고 작품이고

상대역은 검은 종마,
너무 좋아

여보!

리이, 넌 정말 대단해

정말 아름다워

결혼하고는 더 예뻐졌어

우리 사이의 일들은

점점 희미해진다

내가 바보였지

뭐가 씌었었나 봐

그녀 없인 못 살 것 같더니...

덕분에 고생만 하고...

그녀 말대로 난 한나를

생각보다 더 사랑했나 봐

즐거운 추수감사절이다!

저녁 아직 안 먹었지?

안녕, 마지

- 안녕
- 반가워

고마워

아름다워

놀라지 마,
당신 남편이야

- 언제 왔어?
- 몇 분 전에요

- 너무 아름다워
- 고마워요

장인 어른이랑 하던 얘긴데

추수감사절은 평생
한나하고만

보낼 줄 알았어
다른 사랑도 못할 줄 알았고

그런데 이렇게

당신과 결혼하고
사랑에 빠져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감정이지

정말이야

대본 하나 써 봐,
한 여자와 결혼해

실패하고

수년 후
처제와 결혼하다

끝은 어떻게 될까?

- 미키?
- 왜?

나 임신했어요